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리더십 잡설

요즘 쇠고기 수입과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보며, 또 이 상황에 여와 야, 심지어 여권 내부에서 조차 이전투구식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이--아니 적어도 내가--왜 이명박씨를 대통령으로 뽑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리더십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리더십이란 말을 최근 몇 년 동안 참 많이 들어본다. 어떤 말이 많이 들린다는 것은 그 만큼 그것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것이고, 갈망이 크다는 것은 잘 보기 힘들다는 뜻일게다. 정치에서 기업에서 심지어 가정에서 조차 우리는 리더십 부재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과거 미국의 존 F. 케네디와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중국의 등소평과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영국의 대처 같은 리더십은 점점 보기 힘들다. 기업에서도 GE의 잭 웰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같은 아이콘 적인 리더십들이 점차 사라져가기 때문에 우리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게 아닐까.

그렇다면 리더십이란 뭘까. 특히 리더 자리에 있지 않은 사람들이 바라는 리더십이란 어떤 것일까. 내가 리더십의 전문가도 아니고 리더십에 관해서는 서점에 가면 섹션 하나가 따로 있을 정도로 많은 정보가 있으니 그 정의를 내가 내릴 필요는 없고, 다만 내가 살면서 줏어 들은 것과 실제 경험해본 것을 바탕으로 보면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카리스마도 아니고 독불장군 같은 추진력도 아닌, 내가 보기엔 visibility 인 것 같다.

Visibility, 즉 자신이 리드하고 있는 사람들 앞에 서서 그들에게 보여진다는 것이 어떤 리더에게도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요소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신의 말이 남에 의해 대중에게 그저 "들려"지는 것은 visible한 것이 아니다. 직접 그들 앞에 서서 그들을 향해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갖는 효과라는 것은 보여지는 그 이상이다.

최근 우리 곁에서 보았던 예들을 보자.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초반기, 자신이 밝힌 정책에 대해 반발하는 평검사을 불러모아 TV에서 논쟁을 벌일 때,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물론 그의 사상과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그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생각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도 그 때가 최고가 아니었나 기억한다.
만약 노 전 대통령이 이 때 집권 후반기와 같이 심술난 뒷방 할아버지처럼 자신의 감정을 일부 언론이나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투덜거렸다면 과연 그 당시 권력 내부의 반발을 잠재우며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집권 초반 별다른 이슈 없이 "그저 그런" 대통령 생활을 하던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 그런 그에게 9/11 사태는 온국민의 비극이자 본인에게는 자기의 리더십을 만천하에 보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종국엔 그와 그의 뒤에 서있던 네오콘들의 과욕때문에 지금은 배가 산으로 가고 있지만, 그 당시 잿더미가 된 세계무역센터 잔해 위에 서서 메가폰을 들고, 저 뒤에서 "잘 안들려요" 하는 시민을 향해 "나는 당신을 들을 수 있어요. 세상이 당신을 들을 수 있어요." 라고 외치던 그의 모습은 당시 지지율 최고를 달리던 그의 전성기를 대변해준다.
말이 난무하던 21세기 초 대한민국에, 과거 여름이면 농민들과 함께 밀집모자를 쓰고 모내기를 하고 겨울이면 추운데 버스에 매달려 다니는 버스 안내양들을 찾아 따뜻한 방한복을 선물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사람들이 기억에 떠올린 것이 누군가의 의도일까. 그런 시기와 맞물려 이명박이란 이름에 겹쳐 그가 서울시장 시절 작업복 차림에 청계천 복원사업을 하며 밤낮으로 공사 현장과 근처 상인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던 모습이 그의 대통령 당선에 가장 큰 힘이 됐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방궁 같은 청와대 어느 방에 틀어 박혀 인터넷이나 읽으며 국민에게는 대변인을 시켜 글 읽게 만드는 그런 대통령은 이제 그만이라고. 자신에 대한 경호보다는 국민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란 자신감과 함께 일상복 차림으로 국민 옆에서 막걸리도 마시고 힘든 생활을 같이 고민해주는 그런 대통령이 돼달라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나는 그런 리더십을 원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 나는 또 다시 리더십의 부재를 본다. 청와대만 들어가면 그렇게 되는 것일까. 이번 쇠고기 사태만 해도 그가 청와대 바로 코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국민들 앞에 보란듯이 나타나 전경 버스 위에 올라서서 국민들과 얘기하고, 그리고 나서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든 뭘 하든 진행을 했더라면 지금과는 여론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왜 아직도 우리는 TV를 통해 청와대 대변인의 얼굴만을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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