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하나 갖고 싶다.
아마도 Apple ][를 마지막으로 애플 제품을 써본 일이 전혀 없지 싶다 (작년 말에 산 iPod nano는 빼고). 그렇다고 내가 무슨 안티애플이냐 하면 그건 전혀 아니다. 중학교 때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학년말이면 흔히 설문북 같은 것을 돌리곤 했는데, 그 때마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에 스티브 잡스를 썼으니 말이다. 단지 그 동안 맥하면 막연히 비싸고,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적고, 결정적으로 그래픽이나 동영상 같은 것을 다루는 사람들이 사용자 층의 주를 이룬다고 생각했다. 즉, 뭔가 아쉽거나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같은 고민을 할 사람들이 적다는 얘기.
애플이 맥에 OS X를 발표하면서 Mach 커널 위에 FreeBSD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었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왔다. 나는 오래전부터 BSD 추종자다. 그럼에도 OS X와 맥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는 않았던 것은 앞에서 말한 "Mac"이라는 선입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몇달 전 회사에서 투덜이가 쓰는 iMac을 보고 있자니 이것은 BSD의 장점에 맥 UI를 데스크탑으로 쓰고 있는게 아닌가. BSD (또는 Linux라 해도) 상에서 데스크탑을 쓰자면 X위에서 돌아가는 KDE나 GNOME 같은 것을 써야 하는데--그나마도 예전에 Athena Widget이나 OpenLook, Motif 같은 것에 비하면 정말 천지개벽하게 좋아지긴 했지만--그게 참 MS 윈도우와 비교해도 너무 후진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친숙한 BSD를 애플의 UI 환경에서 쓸 수 있다면? 물론 이것 만으로도 충분히 구매의욕을 가질만 하다. 근데 또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바로 맥이 PowerPC로 돌아간다는 것. 뭐 맥에서 맥용 소프트웨어만 가지고 산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특히 우리나라는) 맥만 가지고 살기에는 아직 척박한게 사실이다. 그래서 Virtual PC 같은 것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문제가 VMware와는 달리 Virtual PC는 인텔 바이너리를 실시간으로 PowerPC 바이너리로 변환하며 에뮬레이션을 하기 때문에 속도나 호환성 면에서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올해 MacWorld에서 발표된 새 iMac과 MacBook Pro는 인텔 CPU를 채택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았다. 물론 아직까지 그런 솔루션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Virtual PC든 다른데든 윈도우용 프로그램을 native하게 맥에서 돌릴 수 있는 방법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 (참고로 사람들은 뉴맥에서 OS X와 윈도우의 듀얼 부트를 얘기하는데, 나는 그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령 ActiveX가 꼭 있어야 되는 사이트--대표적으로 은행 같은 곳--를 잠깐 접속하자고 OS X를 셧다운하고 윈도우 부팅해서 들어간다는 것은 너무 귀찮은 일 아닌가?)
아무튼 나오기만 해라. 바로 질러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