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PC 사용시간 제한 잡설

큰 아이가 이제 곧 6학년이 되려고 하니 예전에 안 하던 짓을 한다. 전엔 컴퓨터 앞에 앉아 봐야 플래시 게임 몇 개 하면서 길어야 1시간 정도 놀던 애가 최근들어서는 급작스럽게 소녀시대니 슈퍼쥬니어니 원더걸스니 엄청나게 관심을 보이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인터넷에서 걔네들이 나온 동영상을 그야말로 중독이 돼서 본다.

하루는 그래 어찌하나 보자 하고 주말에 컴퓨터 쓰는 것을 가만 내버려뒀더니 거의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거다. 이건 좀 심하다 싶어 지난 일요일에 애들 PC 사용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뭐 없나 찾아보았다. 사실 이런 걸 찾는 부모 신세가 된 내가 싫지만, 꼭 "제한"이라기 보다는 아이들한테 "네가 얼마나 많이 쓰고 있나" 피부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네이버를 뒤져보니 네이버 자체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름하여 클린e 서비스.
딸래미들이라 아직 뭐 음란사이트나 야동 걱정은 안하지만, 어쨌든 내가 필요한 PC 사용시간 제한을 포함하여 다양한 서비스가 된다. 몇 가지 설명을 본 뒤 바로 구매하기로 가보았다.

월 3,300원을 내거나 3개월, 6개월, 또는 1년치를 한 번에 구매할 수 있었다. 매달 내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1년치를 29,700원에 구매해 버렸다. 뭐 유해 사이트 정보 같은 것들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준다니 일종의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 구매했다 치자고 생각했다.

마루에 아이들과 집사람이 쓰는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설치해보았다. 설치는 별 문제 없이 끝났고, 몇 가지 설정을 해주니 바로 타이머가 동작하기 시작했다. 일단 내 계정에서 로그아웃을 하고 큰 아이 계정으로 다시 로그인을 해보았다. 참고로 마루 PC는 한 컴퓨터로 가족 네 명이 모두 계정을 가지고 쓰고 있다. 로그인을 하는 도중에 정말 오랜만에 보는 블루스크린을 띄우더니 컴퓨터가 죽어버렸다. 허걱!

다시 컴퓨터를 켜고 바로 큰아이 계정으로 들어가보았다. 이번엔 잘 된다. 어라, 근데 큰아이 계정에서 보이는 사용시간 타이머가 아까 내 계정에서 쓰던 것을 계속 이어 받아 가고 있다. 다른 계정으로 들어가봐도 마찬가지 현상. 오메 이런 멍청한...

이 프로그램은 멀티 유저를 지원 안 하는 것이다! 무조건 한 PC는 한 사람이라 가정하고 만들어서 계정이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제한 시간을 갖지 못한다. 거기다가 그런 가정하에 프로그램을 짜서인지, 한 사람이 컴퓨터 사용을 끝내고 PC를 껐다가 다시 켜서 다른 사람 계정으로 들어가면 아무 문제 없지만, 컴퓨터를 켠 상태에서 단순히 로그아웃만 하고 다시 다른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면 아까처럼 완전 죽든가 이상 동작을 한다.

문제는 또 있다. 내가 사용법을 잘 못익혀서 그럴지 모르겠지만, 암튼 이 프로그램에는 컴퓨터 사용시간과 인터넷 사용시간을 구분해서 지정하게 되어 있다. 가령 하루에 컴퓨터는 총 3시간을 쓰되, 그 중 인터넷은 1시간만 접속 가능하다라고 지정 가능한 것이다. 유용한 기능이라 생각되었다. 사실 애들이 인터넷 돌아다니며 가수들 동영상 찾아다니는게 문제지 숙제하느라 컴퓨터를 쓰는 것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로그인을 하면 컴퓨터 사용시간과 인터넷 사용시간이 항상 같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내가 현재 웹브라우징을 하고 있건 그냥 워드프로세서를 쓰고 있건... 왜 그럴까 생각하다 혼자 얻은 결론: 아마도 인터넷 선이 연결되어 있으면 그냥 인터넷 사용중이라고 간주하는 것 같다. 전화선 모뎀 접속을 가정했거나, 아니면 적어도 ADSL 모뎀을 사용 중에만 켠다고 가정했거나. 오메 이런 멍청한...

이것 저것 해보다 일요일 밤이 깊어서 일단 자고 다음 날 출근해 있는데, 집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다. 애들 학원비 송금하느라 인터넷 뱅킹 쓰고 있는데 애들이 그 전에 좀 썼더니 1시간 제한이 다 찼다고 막아버렸단다. 3명한테 1시간만 주면 어쩌냐고 투덜투덜... 그러련게 아닌뎅... 암튼 마스터 패스워드 알려주고 해결해줬지만 이건 도저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네이버의 클린e 페이지로 가서 고객센터 전화로 전화를 걸어봤다. 아, 참, 이 프로그램 자체는 어느 하청 업체에서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고객센터 전화도 네이버가 아니라 그 업체에서 받는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는 깔끔하게 환불처리는 해주었다.

도대체 네이버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팔고 있는 걸까...

환불받고 나서 다시 인터넷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뭐가 있을까. 이것저것 나왔지만 눈에 띄었던 것은 네이버 지식인이나 다음 같은데서 한결같이 질문되고 있는 것 "아리 이거 어케 뚫어요???"

그렇다. "아리"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프리웨어고, 버그도 없고 (적어도 지금까지), 프로그램이 해야할 일은 아주 잘 한다.
이 화면은 환경설정 중 시간 제한을 정하는 곳이다. 일단 복수 계정을 지원한다. 윈도우 계정으로 자동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고, 로그인하면 바로 작은 윈도우가 떠서 자기 이름을 선택하고 암호를 넣으면 그 계정의 시간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형태다. 왜 이렇게 하나 했더니 이유는 있어 보인다. 윈도우의 경우 대부분 유저들을 Admin 레벨로 해 놓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계정을 계속 만들 수 있다. 만약 윈도우 계정별로 사용시간을 관리한다면 계속 계정을 만들어서 시간을 늘릴 수 있다. 웹서치를 하다보니 윈도우 비스타는 OS 자체에서 계정별 사용시간 제한을 지원한다고 하던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모르겠다.

여튼 이 아리라는 프로그램은 버전 1.77까지 나온 것 같고, 사용 설명서는 여러군데서 찾을 수 있는데 이 블로그가 제일 깔끔하게 퍼다 놓은 것 같다. 프로그램 자체는 제이원테크라는 회사의 자료실에서 공식 배포하고 있다. 아리 만든 사람의 1인 회사 아닌가 싶다. 근데 저 자료실의 1.77 버전은 나 같은 경우 다운 받아 실행해보면 실행이 잘 안된다. 위의 블로그나 1.77 설명을 퍼다 놓은 블로그들에 연결된 바이너리를 받아 해보면 잘 된다.

아리 또한 PC 사용시간과 인터넷 사용시간을 구분하여 설정 가능하다. 이것도 처음엔 둘이 같이 감소해서 클린e와 같은 멍청인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 놈은 트레이 메뉴 (눈동자 돌아가는 아이콘)에서 인터넷 사용 보류라는 항목을 선택할 수 있다. 이걸 선택하면 모든 TCP 커넥션을 중단시키고 인터넷 시간은 감소를 멈춘다. 뭐 이 정도만이라도 애들한테 설명해주니 금방 이해한다.

복수 계정이라 애들 각자용 사용시간과 집사람 사용시간을 구분하여 설정가능해서 좋다. 이것저것 잡기능 필요없고 그냥 딱 컴퓨터/인터넷 사용시간을 제한하고 싶은 사람한테는 딱인 프로그램이다. 참고로 본인이 원하면 이런 이런 사이트는 차단해라라든지, 인터넷 사용시간이 끝나도 여기는 허용해 주라든지 하는 부가적인 기능들도 존재는 한다. 1년에 3만원씩 받고 서비스하는 네이버 프로그램보다 공짜인 이 프로그램을 백배 추천한다.

덧글

  • 함박눈 2008/03/06 15:21 # 삭제 답글

    아리를 처음 설치하려는 학부모입니다.
    저도 설치해 보았지만 잘안됩니다.
    설치화일이 손상되었습니다 라고 나오네요
    눈모양도 안나오고요
    버젼을 몇을 설치해야 되나요
    그리고 바이러스도 주기적으로 걸리는데 아리사용시 문제점은 안생기는지요?

    답변 부탁드립니다.

    제가 자주 확인을 할수 없어서 메일로도 답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misies21@hanmail.net
    좋은하루되세요...
  • pauleun 2008/08/11 14:32 # 삭제 답글

    아리도 버그가 있습니다. 정상 사용중 리부팅이 되면 pc 켤때마다 agent.exe가 없다라는 화면이 나와서 재설치하곤 했는데요. 이유는 모르겠구요. 애들 표현으로 락이 많이 걸립니다. 지금은 지워버리고 사용안합니다. 개발한 회사에서는 무료라고 아예 as 를 안합니다
  • 무책 2008/08/19 14:27 #

    그렇군요. 저희는 아주 간단한 기능들만 써서 그런지 아직까지 별 문제 없이 잘 쓰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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